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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 데이비드 자민전 David Jamin in Seoul Arts Center.

최종 수정일: 2022년 6월 8일

데이비드 자민, David Jamin.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14일까지 연장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예당(예술의 전당)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오랜만에 전시를 즐기러 간다는 사실에 조금은 설렜다. 여유롭고 느긋한 오후가 되길 바랐다.


근래 날이 조금 쌀쌀했던 탓에 옷은 단단히 챙겨입었다. 제 시간에 나가서 바로 버스를 타야 했기에 서둘러야 했다. 챙겨야 하는 것들은 왜그리도 많은지. 여유를 위해 바빠져야만 하는 시간들. 내가 분주할 수록 아이러니는 비좁은 내 집안을 메웠다.

 

데이비드 자민은 좁게보면, 강렬한 색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화가다. 그의 작품은 '색체가 강하고', '몽환적이고', '자유로워보이고', '잘 모르겠고 일단 멋있다'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나에게 그는 아이러니한 작가다. 그의 선은 투박하고 거칠며, 면과 선의 중간에서 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그는 형상을 구체화하면서도 순간과 순간 사이에 돌발을 담고, 선으로 형상을 가둠과 동시에 뱉어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나는 그의 작업들을 작고 작은 아이러니들의 포화飽和라 말하고 싶다. 나는 그런 그를 4가지 키워드로 톺아보려 한다.



자연을 사랑한 작가

[Deux oiseaux sur fond ouest - David Jamin, viacanvas]


작은 새와 닭, 자신의 유년기를 함께한 동물로부터 그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서울이라는 낯선 곳에서 나는 그를 그렇게 처음 만났다. 바스락거림과 지저귀는 소리, 처음 마주한 낯선 화가는 그림으로 노래하며 나를 맞이했다.



일상을 사랑한 작가

[Terrasses place aux herbs - David Jamin, davidjamin.fr]



일상을 가장 자연스럽게 표현한다는건 어떤 것일까. 이젤과 붓, 물감을 들고나가 자세히 풍경을 그리고 운치 있는 카페 테라스를 묘사해내는 것일까. 우리의 무심한 일상은 사실 뭉뚱그려진 형체들과 색채들의 무분별한 혼재가 아닐까. 뭉개진 테라스와 사람들, 그저 어렴풋하게만 떠오르는 그 시간들이 자민이 그려낸 작은 화폭에 그대로 담겨 있다.



순간을 사랑한 작가

[L'orchestre au piano rouge - David Jamin, uzes-culture]

모든 순간은 그에게 형상이다. 그것이 음이든, 운동이든, 정지한 모델이든, 그의 머릿속에서 떠나가지 않는 뮤즈(muse)이든 그에게 순간과 순간은 형상화의 대상이다. 그는 다른 의미로 세상을 정지하게 만든다. 그에게 시간은 쌓아올려야할 레이어이고, 화폭 안에서 그의 순간들은 완성되어야한다. 거창한 설명과 기다림은 거추장스럽다. 정적이고 세밀한 묘사대신 격렬한 변주와 화려한 안무라는 키워드가 그게에는 더욱 어울린다.

색(color)를 사랑한 작가.

[Live - David Jamin, KoreaHerald]


자민에게 색은 단순한 자유, 희망, 갈망, 사랑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색은 그에게 아니무스이자 아니마이다. 불꽃, 자유 그리고 열정이다. 절제되어 있고 균형 잡힌 무용수의 춤사위와 같다. 색은 그에게 삶이다. 거친 선이 목을 죄일 때야 비로소 발산할 수 있는, 오로지 지각만이 가능한 감각적 논리이다. 그것은 속박된 우리 신체임과 동시에 자유롭고자 열망하는 영혼 간의 달짝지근하면서도 매콤한 동거와도 같다.


 

맺으며


데이비드 자민의 세계는 누구나 빠져들 수 있을만큼이나 매력적이다. 그의 자유롭고 과감한 터치는 첫눈에 매료될 만큼 감각적이다. 가족과 연인, 친구, 아니 사실은 홀로 즐기기에 더욱 알맞은 전시일지도 모른다. 내가 그를 만나러 간 1월의 말은 생각과 다르게 춥지 않고 따뜻했고, 나는 무사히 버스를 탔다. 어지러웠던 아침은 사실 치열하면서도 느긋한 나의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데이비드 자민의 독특한 세계는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본 콘텐츠는 철저히 비평을 목적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콘텐츠에 사용된 표현과 묘사는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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