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아트뮤지엄] 호안 미로 : 색과 생과 생각

최종 수정일: 6월 14일



호안 미로, Joan miro

마이아트뮤지엄




 

초 현 실 주 의


사뭇 낭만적이다. 그의 색과 터치, 그리고 상을 포착하고 집요하게 이를 개념화하는 시도가 오히려 낯설 정도로 그의 작업엔 낭만이 깃들어 있다.


그에게 천체와 여인, 그리고 새는 각자의 의미를 지닌다. 마치 한 편의 시와 같다. 그의 작업엔 은유가 넘친다. 하지만 단순히 상징을 도배 하지는 않는다. 대신 맥락이 자리한다. 어떤 맥락안에서 상징과 은유가 배치 되는 지를 따라가는 여정은 매우 흥미롭다.


그가 상을 포착하는 방식은 고전적이다. 상을 의미론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과장하거나 왜곡하여 자신만의 개념으로 소화하는 방식이다. 고전적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지루하다거나 뻔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매우 효과적이고 직관적임과 동시에 솔직하다와 가깝다.


여자, 새, 별 Woman, bird, star ㅣ 호안 미로

캔버스에 아크릴, 유채 Acrylic and oil on canvas,116*89,1978

미로는 전통적인 회화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 과감한 추상과 원근법의 삭제, 왜곡과 생략이,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법칙 안에서 저마다의 방식대로 화폭에 담겨 강렬한 인상을 준다. 때문에 우리는 그의 작업을 일견 평면적이고 지루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내 이 모든 것들이 입체적임과 동시에 조형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단일의 아플라(aplat)가 각 형상을 가두고 구분하면서 형상 간의 관계가 단절된 듯 하지만 동시에 각 형상은 선이라는 구조적 동일성을 가지며 서로 호흡한다. 그것들은 분명히 구분되어 있지만, 점과 선이라는 회화적 언어로, 그리고 그 추상들이 내포하는 내러티브로 하여금 우리가 그 형상들이 관계하고 있다고 인지하게 한다.


 

"그의 화폭엔 다양한 내러티브가 숨어 있다." "그는 전통적 화법을 따르지 않지만, 다분히 회화적이고 조형적인 상들을 그려내고 있다."

 


미로의 작업 안에서 여인은 우주, 그러니까 세계이고 별은 우리 인간 정신의 해방이며, 새는 자유 그 자체라는 의미로 비교적 명확히 정의된다. 하지만 이러한 정의를 떠올리지 않고도 순수히 우리는 미로가 구성한 조형적 상 배치 안에서 그 상징들이 떠돌며 스스로의 존재를 구성해가는 맥락을 파악함으로서 그 의미를 추상적으로 인지할 수 있다.


이러한 추상적 인지활동은 미로 작품을 관람하는 내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그러다보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한 점과 한 점의 그림 사이의 관계성이라던가, 시대적 유사성과 같은 상징으로서의 의미에 집중하기보다 호안 미로라는 화가가 구성한 총체적 세계로 뛰어드는 듯한 보다 한층위 위의 의식적 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



아름다운 모자를 쓴 여인, 별 Woman with a Beautiful Hat, Star, | 호안 미로 Acrylic and oil on canvas, 116 x 89, 1978 ⓒSuccessió Miró /


그가 추상적 개념을 화폭에 담으면, 우리는 이를 우리의 장(Field) 안에서 새로이 구축하는 과정을 통해 그의 상징을 개인적 경험으로 승화시킨다. 이로써 감상은 작가의 것에서 나의 것으로, 동시에 우리 저마다의 것으로 채득되고 다시 생산된다.


이러한 인지적 활동을 고스란히 느끼는 경험이야말로 회화가 줄 수 있는 최고 즐거움이 아닐까. 그가 힘껏 화폭에 담아 외치고자했던 '자유롭게 세계를 유영하며 우리 정신을 해방하는 새, 여인, 별'은 한껏 여유로운 주말 오후에 느닷없이 들이 닥쳤고. 그렇기에 잡을 새도 없이 훌쩍 떠나가버렸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더욱 소중했다.



 
맺으며

마이아트뮤지엄은 예술의 전당 다음으로 내가 가장 많이 찾는 공간이 아닐까 싶다. 항상 원작을 가져오는 성의와 꼼꼼한 디스크립션, 내러티브 가득한 큐레이션까지 그 공간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에서 미술을 사랑하고 작가를 이해하며, 관객을 존중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꾸준히 즐거움을 주고 만족감을 주는 공간에게 감사를 표한다. 더욱 빛나고 즐거운 시간을 기대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남길 바라며, .


 

본 콘텐츠는 비평과 감상을 목적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콘텐츠에 사용된 표현과 묘사는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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